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가격엔 가격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달 2일 국내 태블릿PC업체 한 임원이 던진 한마디. 애플이 태블릿PC ＇아이패드2＇ 가격을 구형 아이패드 가격에 맞추겠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애플이 가격파괴를 나선다면 역마진을 감수하고라도 맞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모토로라 ＇줌＇의 가격도 애플 수준으로 맞춰졌다.
그러나 애플이 태풍이라면 중국산 스마트폰의 가격파괴는 쓰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ZTE,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은 완성도가 높은 기능과 디자인을 제공하면서도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ZTE는 지난해 총 518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노키아(4억5300만대), 삼성전자(2억8020만대), LG전자(1억1670만대)를 바짝 쫓고 있다. 화웨이도 9위였다.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를 곧 따라잡을 태세다.
중국업체들의 약진으로 1위 노키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저가시장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스탠더드&푸어스(S&P)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노키아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1998년 이래 13년만의 강등이었다. 판도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깔려있는 셈이다.
S&P의 연구원 머사이어스 라브는 ＂글로벌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가격인하 경쟁으로 영업마진은 더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원인은 ZTE에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노키아는) 고성능 일반폰(피처폰) 시장뿐 아니라 150달러 미만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ZTE에 점유율을 뺏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에 위협 받는 곳은 노키아뿐일까? ＇쓰나미＇처럼 공포를 몰고오는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산 스마트폰업체들의 시장점유율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수요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로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솔직하게 전망했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판매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중국업체들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실제로 ZTE나 화웨이 등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파괴＇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허 스요우(He Shiyou) ZTE 휴대폰부문 대표는 ＂점유율 상승을 위해 올해 100달러 미만인 모델을 내놓겠다＂며 ＂ZTE가 모바일 인터넷 경험을 민주화하기 위한 키 드라이버로 행동하기를 원한다＂며 중국발 가격혁명을 선포했다.
중국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150달러대 저가 제품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중저가 시장에서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피처폰 시장도 중국 저가 제품에 내주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중고가 스마트폰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저가폰 시장 역시 중국업체들이 흐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스마트폰 가격이 갈수록 떨어져 평균 판매가격(ASP)이 지난해 343달러에서 올해 291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SA는 2012년 261달러, 2013년 243달러에 이어 2014년에는 고점 대비 100달러 낮은 233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중국산 저가 제품 틈바구니에서 국산 스마트폰들이 자리매김하려면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시켜 고가와 중저가 시장전략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